우리가 매일 걷는 길이 사실은 처음 보는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우리는 매일 길을 걷습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럴 것이며, 내일도 아마 다르지 않을 겁니다. 출근길, 등굣길, 산책길, 장보는 길 등, 우리의 발걸음이 닿는 곳은 때론 익숙함에, 때론 새로움에 우리의 시간을 채웁니다. 그런데 혹시, 매일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그것이 정말 같은 길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어느 날 아침, 나는 늘 걸어가던 동네 공원의 길가에서 작은 들꽃을 발견했습니다. 보라빛의 작고 섬세한 꽃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 길은 수십 번, 어쩌면 수백 번 걸었던 곳이었는데도 그 꽃을 처음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문득 그 꽃이 늘 그곳에 있었는지, 아니면 어제밤 갑자기 피어난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작은 의문이 나를 오래된 습관으로부터 깨어나게 했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같은 길을 다른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벤치의 색깔, 나무 껍질의 질감, 그리고 사람들의 발소리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보통 우리는 걸으면서 길 자체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지가 얼마나 남았는지에만 집중합니다. 길 위의 디테일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하지만 길은 우리가 걷는 매 순간을 기억하고, 우리에게 말없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날 이후로 익숙한 길도 늘 새롭게 느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침 햇살이 다른 각도로 비출 때, 비가 내린 후 흙 냄새가 더 짙어질 때, 계절의 변화가 나무와 풀의 색을 바꿀 때, 길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같은 길을 걸어도 매번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것은 길 자체가 바뀌어서가 아니라, 나의 시선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단순히 물리적인 길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적용됩니다. 삶의 반복적인 일상이 마치 동일한 길을 걷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우리가 매일 겪는 삶의 순간도 훨씬 풍성하고 의미 있어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업무 방식을 시도해보거나,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던 동료에게 말을 걸어보는 작은 변화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줍니다. 주말마다 가던 카페 대신 조금 멀리 있는 다른 카페를 찾아가보는 것도 같은 커피라는 일상 속에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우리가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매 순간 새로운 것을 탐구하려 한다면, 일상도 마치 여행처럼 흥미로운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항상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편안함과 익숙함을 추구합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익숙한 길에서 한 발짝 벗어나는 것은 때로는 두려움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번 용기를 내어 새로운 길을 걸어보면, 그 두려움은 이내 사라지고 호기심과 설렘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삶의 길이든 물리적인 길이든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 선택은 대단한 것이 아닐지라도, 그 순간의 선택이 우리가 느끼는 세계를 바꾸어놓을 수 있습니다.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는 마음가짐, 그 작은 변화가 주는 기쁨은 우리의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그 작은 들꽃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바로 이런 점이었습니다. 매일 걷는 길도 사실은 처음 걷는 길일 수 있다는 사실. 이 깨달음은 나에게 삶을 더 다채롭고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익숙함 속에 숨겨진 새로움을 찾아가는 여정은 끝이 없으며, 그것이야말로 우리를 진정 살아있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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