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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에서 나는 어떻게 나를 놓아줄 수 있었을까, 또는 놓아주지 않으면 좋았을까

여름의 끝자락에서 나는 어떻게 나를 놓아줄 수 있었을까, 또는 놓아주지 않으면 좋았을까

여름이 끝날 즈음, 한낮의 태양은 여전히 뜨겁고, 공기는 아직도 땀에 젖은 듯 묵직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점차 차가운 바람을 기다리며,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 한다. 나는 그 여름의 끝자락에서 무언가를 놓고자 했다. 하지만 놓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일인지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여름은 점점 더 짧아지고, 내가 살아온 세월 역시 그런 짧은 여름과 같다고 느껴졌다.

여름은 늘 뜨겁고, 복잡하고, 그 속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바람이 불고, 햇살이 비추고,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여름을 즐기지만, 나는 그 속에서 나만의 불안한 그림자를 느꼈다. 그런 날들 속에서 나는 마치 여름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했다. 그저 햇빛에 녹아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름은 더 이상 계절이 아니라, 나의 마음 상태와 맞닿아 있는 어떤 것으로 다가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때 여름을 놓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여름은 나에게 너무나 익숙한 계절이었고, 그 뜨거운 햇살 속에서 나는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여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여름은 늘 그렇게 갑자기 끝나버린다. 태양이 서서히 기울어지고, 바람이 조금씩 차가워지면, 그제야 나는 여름의 끝을 실감한다. 

놓는다는 건 그만큼 큰 변화이기도 하다. 내가 여름을 놓지 못했다면, 아마 그 여름이 계속해서 나를 묶어 놓았을 것이다. 나는 그 여름 속에서 나만의 자리를 찾고자 했고, 그런 마음이 결국 나를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여름은 지나가고, 그 자리는 아무리 애써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나는 그 여름을 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름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내게 주는 감정은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여름을 놓아버리는 것 자체가 내 삶에 대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을의 시작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 나는 여름을 붙잡고 있던 손을 서서히 떼었다. 그리고 그 공간을 비워 두었다. 그 자리가 너무나 아쉬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 자리를 비워 두는 것만큼 내 삶을 다시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는 여름이 아니라, 가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가을이 오면, 여름에서 배운 것들을 가지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을 놓는 것이 두려운 일이라면, 그 후에 올 가을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가을은 여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듯한 계절이다. 그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우리는 여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조금씩 자신을 채워나간다. 가을의 저녁은 다소 차갑고, 그 속에서 나는 다시 내 마음의 자리를 찾으려고 한다. 여름이 지나가면서 나는 내 안에 남아 있는 것들, 내가 놓지 못했던 감정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놓지 못한 감정들을 내려놓지 않으면, 가을을 제대로 맞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그 감정들을 놓아주기로 했다. 여름을 떠나보내는 것이 가을을 제대로 맞이하는 첫걸음이었고, 그걸 깨닫는 순간 나 자신을 놓아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사람은 어떤 순간에 놓지 않으면, 그 자리가 점점 더 커져서 결국엔 자신을 감싸버리게 된다. 여름을 놓지 못한 채 계속 그 안에서 머물러 있었던 나는 결국 그 여름을 내 마음 속에서 얽히게 만들었고, 그 감정들이 나를 어지럽히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것을 놓을 수 있었다. 여름이 끝날 때, 나는 그것을 떠나보내고, 그 자리를 비워 두었다. 이제 나는 가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놓아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내 안의 공간을 다시 채워나갈 준비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놓는다는 것은 정말로 나를 위한 일이었을까? 어쩌면 나는 여름을 놓는 것이 아니라, 여름을 통해 나 자신을 찾은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놓는 것은 더 큰 것을 위한 과정이었다. 그 자리를 비워 두면, 새로운 것이 들어올 수 있다. 나는 여름의 끝자락에서, 내가 놓고 싶었던 것들을 놓아주고, 그 빈 공간에 나 자신을 다시 채워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가 맞이할 새로운 계절, 가을을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