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잊고 지내는,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
한 해가 저물어가는 계절이 되면,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곤 한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눈앞에 바람이 차가워지고, 거리에는 따뜻한 모임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도심은 벌써 화려한 불빛으로 장식되었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캐럴은 한 해의 끝을 알린다. 그렇게 끝을 준비하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우리의 일상은 조금씩 느려지고,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곱씹게 된다.
어느 날 아침, 나는 문득 창밖을 바라보다가 일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매일 반복되며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하루하루가 사실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 순간들은 우리가 그저 스쳐 지나가버리는 자잘한 기억 속에 있지만, 하나하나 모여 인생을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가치가 더욱 선명해진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길을 걷다가 들려오는 웃음소리, 겨울 아침의 맑은 공기, 반짝이는 길 위의 낙엽 등 모든 순간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고요한 순간의 아름다움을 자주 놓치곤 했다. 때때로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으려 시도해보지만, 그저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는 것이 훨씬 온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과거의 사진을 다시 볼 때면 아련한 추억이 되살아나지만, 그 장면을 담았던 내 마음속 감정은 사진만으로는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내가 그 소중한 순간들을 더 오래 마음에 담고자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는 같은 듯 다르고, 별다른 일 없는 일상조차 무언가 특별하게 기억될 가치가 있다. 친구와 주고받는 작은 대화 속에서, 가족과의 다정한 저녁 식사 속에서, 또는 나 자신과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작은 기쁨과 감사함을 느낄 때가 있다. 사람들은 대개 특별한 일을 해야만 행복하고 보람찬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행복은 크고 대단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은 또 다른 모습으로 오고, 그때의 기쁨과 슬픔 또한 달라지기 마련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은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특별한 여행이나 계획이 없어도, 우리는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느끼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하다. 물론, 이따금은 소중함을 잊고 지내기도 하고, 어떤 날은 분주한 하루 속에서 기계처럼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깨달음 속에서도 잔잔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요즘 그런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려 노력 중이다. 예를 들어 출근길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작은 행복감, 누군가로부터 받는 사소한 친절 등, 그 모든 순간이 내게는 소중한 추억이 되어간다. 이러한 순간들이 모여 내가 누구인지를 만들어가고, 언젠가 그 순간들을 돌아볼 때면 나 자신이 참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하며 글을 쓰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이 순간이 조용하고 편안한 시간으로 느껴진다. 이 시간이 지나고, 몇 년 뒤 다시 이 글을 읽는다면 지금의 나와는 조금은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성숙해져 있을 테고, 조금 더 경험이 많아져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일상의 소중함을 그때도 여전히 기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결국 우리의 인생은 그저 순간의 연속일 뿐이다. 하지만 그 순간들이 쌓이고, 모여서 긴 이야기가 되고, 결국엔 삶의 의미를 부여해 준다. 그러니 우리는 매일 그저 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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