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 나는 그토록 기다려온 일요일 아침에 눈을 떴다. 부드러운 햇살이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와 내 얼굴을 간질였다. 일주일 내내 바쁘게 일하고 정신없이 살아왔던 내게, 그 순간은 참으로 평화롭고 여유로웠다.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이 이렇게도 상쾌할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지냈던 것 같다.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작은 행복이 그 순간에는 분명히 있었다.
일요일은 언제나 내게 특별하다. 평소에 매일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지만, 그 날만큼은 자신에게 주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날일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나에게는 가장 소중하다. 일주일의 긴 시간 동안 마음이 지쳐 있었고, 스스로를 돌볼 여유가 없었으니 일요일은 그 모든 걸 잠시 내려놓고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날이다.
아침을 차리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보았다. 아직 차가운 공기가 남아 있는 하늘과 가을의 끝자락을 느낄 수 있었다. 새들이 지저귀고, 거리에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나는 늘 그런 소리들을 지나쳤다. 그러다가 문득, 평소에 지나쳐 온 일상이 내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깨닫게 되었다.
사실 나는 많은 일들을 놓치고 살았다. 늘 어딘가 바쁘고 쫓기듯 살아가면서 내 주변의 소소한 순간들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상 속의 피로감. 그렇게 살다 보니 자신을 돌보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내 몸과 마음이 어느 정도 쌓인 피로를 드러내며 ‘쉬어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나는 조금씩 나를 돌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깨달았다. 세상이 아무리 바쁘고 혼잡해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나를 사랑하고 돌보는 일이 바로 나를 위한 최고의 선물임을 알게 되었다.
차 한 잔을 마시고, 나는 일기장을 꺼내어 내 마음을 적어내렸다. 일기란 매일 조금씩 남기기만 해도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도구인 것 같다. 오늘은 특별히 일요일이기에, 그 주의 작은 행복과 소소한 감사함을 적어봤다. 작게는 창밖의 하늘에서 느낀 여유로움, 크게는 내가 느낀 삶의 의미와 변화까지. 그런 것들을 글로 남기면 나만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일기장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길을 되짚어볼 수 있는 소중한 창이 된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오후에는 산책을 나갔다. 거리를 걷다 보면 사람들이 모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운데, 나는 그들 속에서 조금은 떨어져 나와 고요한 마음으로 걷고 있었다. 이 순간이 참 좋았다. 모든 것이 급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나 혼자 느리게, 그러나 확실하게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이런 여유로운 시간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가끔은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고요한 곳으로 떠나고 싶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오직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하지만 그건 그저 한때의 욕망일 뿐, 현실에 돌아오면 내가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금씩 내 삶의 균형을 찾고 있다. 어떤 날은 일을 열심히 하고, 어떤 날은 완전히 쉬면서 나를 돌보는 것. 그런 작은 균형이 내 삶의 큰 의미가 된다.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작은 대화 속에서 나는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때로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누리는 이 작은 행복들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모르겠다.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소소한 시간들. 그게 바로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다.
일요일이 지나면 또다시 바쁜 한 주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번 주는 조금 다를 것이다. 나는 오늘 하루를 통해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웠고, 앞으로도 그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다짐했다.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에도 가끔은 멈추고, 숨을 고르며 나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나를 돌보고 사랑하는 시간이야말로 진정으로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한 주가 시작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오늘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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