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나는 길을 잃었다
어느 겨울, 나는 길을 잃었다. 그날의 기억은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흐릿하게 다가오지만, 여전히 가슴 한 켠에서 떨림을 느낄 수 있다. 서울의 어느 한적한 거리를 걷고 있었을 때였다. 그때 나는 무심코 본 적도 없는 골목으로 들어섰고, 그곳에서 나는 길을 잃은 것처럼 막막한 기분을 느꼈다. 좁은 골목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그 끝에서 어떤 무언가를 찾으려던 내 마음도 모르게 방황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왜 그 골목에 들어섰는지, 왜 그곳이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졌는지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냥 그 길을 따라 걸었다. 이 도시의 복잡함 속에서 나는 마치 하나의 작은 점처럼 느껴졌다. 큰 길에서 벗어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상점의 간판도, 사람들의 얼굴도, 심지어 하늘의 색깔조차도. 그때,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내 피부를 스쳐가고, 발끝에 서린 차가운 기운이 점점 더 강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 추위마저도 내겐 이상하게 편안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그 순간, 길을 잃었다는 사실이 나에게 어떤 위안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느새 어두워져 가는 하늘과 비어 있는 거리의 풍경은 나를 더욱 고독하게 만들었다. 마치 내가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존재인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저 멀리에서 지나가고 있었지만, 나는 그들과 전혀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겉돌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순간의 고독과 혼자임을 뚜렷하게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때, 나는 그 속에서 혼자서 길을 찾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내가 길을 잃은 이유를 생각하며 걷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가 찾고 있던 것은 물리적인 길이 아니었을 것이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다시 큰 도로가 나오고, 그 길을 따라가면 언젠가는 내가 아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만, 내가 그날 찾고 있던 것은 그런 길이 아니었다. 내가 길을 잃은 이유는 어쩌면 그 모든 것이 익숙하고 편안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 삶에서 반복되는 일상, 그리고 익숙한 사람들, 환경들 속에서 나는 어느 순간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길을 찾았고, 결국 내게 익숙한 골목에 도달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길은 이미 내가 길을 잃기 전에 알던 그 길과는 달라 보였다. 어쩌면 나는 그 골목을 다시 발견한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그 길을 걷는 사람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돌아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날의 고독은 나에게 오히려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나는 길을 잃었다는 사실이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그 순간이 내게 어떤 전환점을 만들어준 것처럼 느껴졌다. 길을 잃는 것,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방향을 잃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의미와 목적을 되돌아보게 되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나는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길을 잃는 것 자체가 나를 더 깊이 돌아보게 만들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해준다. 우리가 길을 잃은 순간, 그것은 또 다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길을 찾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길을 찾기까지의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어느 순간, 길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길을 잃었다는 사실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길을 잃고 다시 찾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 길을 잃은 나는 그날,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그 길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의 길이었다. 길을 잃은 그 순간, 나는 내가 찾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카테고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