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 길을 걸으며

어느 가을날, 길을 걸으며

가을이 왔다. 햇살은 여전히 따사롭지만,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냉기가 점점 깊어지는 계절이 오고 있다. 나는 아침 일찍부터 바람이 차가운 길을 걷고 있었다. 이 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소음이 잠잠하고, 나만의 세상이 펼쳐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가을은 언제나 나에게 그런 감정을 안겨준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이 계절은, 어느덧 나를 끌어당기고 있다.

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가을을 느낄 수 있다. 나무들은 황금빛과 붉은색으로 물들어가고, 떨어지는 낙엽은 작은 춤을 추듯 바람에 실려간다. 지나치기 아쉬운 풍경들이다.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한 발, 두 발, 점점 더 빠르게 걷다 보면, 어느새 길 끝에 다다른다. 하지만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한없이 차분해지고, 여유를 찾을 수 있다.

오늘도 나는 길을 걷고 있지만, 동시에 과거와 미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린다. 지나간 시간들이 나를 형성했음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이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할 것임을 깨닫는다. 어쩌면 이 길도, 내 인생의 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삶의 여정에서 나는 수많은 갈림길을 마주했고, 그때마다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길을 걷다 보면, 그런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아무리 작은 선택이라도, 그것이 쌓여서 인생을 만든다는 사실을, 나는 가끔씩 잊고 살 때가 있다.

길을 걷는 동안, 다른 사람들과 마주칠 때도 있다. 오늘도 나는 몇 명의 행인들을 지나쳤다. 그들과 나의 관계는 단지 스쳐가는 순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그들이 가진 이야기를 상상해본다. 그들이 지나온 길, 그들이 꿈꾸는 내일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들의 눈빛 속에 담긴 무언가가 나에게도 닿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쩌면 나는 그들의 이야기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때로는 다른 이의 길에 작은 발자국을 남기기도 한다.

길을 걷는 동안, 나는 내 삶에서 놓친 것들이 떠오른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 내가 놓쳤던 기회들, 놓친 사람들,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후회가 된다. 그때 그 길을 선택했더라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언제나 그 선택들이 맞았다고 믿으려 했지만, 가끔은 그 선택이 잘못된 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길도 내 삶의 일부였기에, 그 길을 지나온 나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 길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그 길에서 배운 것들이 나를 성장시켰다. 삶은 때로는 후회로 가득하지만, 그 후회조차도 나를 이끌어가는 힘이 된다.

가을은 내게 그 모든 것을 떠올리게 한다. 지나온 시간, 지나간 사람들, 내가 놓친 기회들까지.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면, 마음속에서 불안한 감정은 사라지고, 차분한 평온함만 남는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후회하기보다는, 내가 앞으로 걸어갈 길에 집중하고 싶다. 그것이 가을이 주는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계절이 변하고, 나 또한 변해가듯, 내가 걸어갈 길도 변할 것이다. 그 길에서 만나는 모든 풍경들, 그 길을 함께 걷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길을 걸으며, 나는 오늘도 내가 걸어온 길에 감사한다. 내가 지나온 모든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 나를 더욱 성장시킬 것이다. 가을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세상의 소리와 바람은 여전히 나를 스쳐 지나가지만, 나는 그 속에서 평화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