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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인생의 중반을 넘어섰다. 가끔씩 뒤를 돌아볼 때면,


내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의 길

어느새 인생의 중반을 넘어섰다. 가끔씩 뒤를 돌아볼 때면, 내가 걸어온 길이 마치 구불구불한 산길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탁 트인 바다를 가로지르는 일직선의 해안 도로 같기도 하다. 어디가 더 맞는 표현일까. 둘 다 아닐 수도 있지만, 어쩌면 모두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길을 걸으며 바뀌는 풍경이란 본래의 길의 모습만큼이나 걷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기 마련이니까.

어렸을 때는 길을 고르는 일이 쉬울 줄 알았다. 막연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 길을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가진 재능을 찾아내는 일이 나의 첫 번째 과제였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주변을 둘러보고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게 맞는 방향을 찾아가려 애썼다. 그리고 나서야 깨달은 건, 그렇게 찾아낸 방향조차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나침반처럼, 내 방향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리고 달라졌다.

대학에 들어가 처음으로 자율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서, 무한한 가능성에 흥분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내 스케줄을 내 마음대로 정하고, 원하는 수업을 선택하며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매 순간 새로운 선택이 주어졌고, 그 선택들이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많은 가능성 속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자유란 달콤하지만, 때로는 그만큼 책임을 동반하기에 무거운 감정이었다.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아는 사람만이 이 무게를 견딜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그 선택이 반드시 옳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저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뿐, 시간이 지난 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다. 때때로 후회가 남기도 했고, 어떤 선택은 예상치 못한 좌절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 선택들 속에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갔고, 실패와 성공을 통해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그 과정을 겪으며 깨달은 것은, 삶이란 미리 정해진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며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와서는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되었다. 학교라는 보호막을 벗어나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너무나 생소하고 두려운 일들 투성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고, 어느새 나는 나름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겠지만, 나에게는 그 또한 의미 있는 성취였다. 나의 자리에서 내 역할을 다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린 시절 내가 상상했던 세상과는 꽤 다르다. 그때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그저 자유를 얻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유와 함께 책임이 따르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혹은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와 공감도 조금씩 깊어졌다.

나는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그 길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 삶에는 정해진 답이 없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이 형성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아직 모르는 길을 향해 걸어가는 내 모습이 때로는 서툴고 미숙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불확실성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