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어느덧 봄이 왔다. 매년 같은 시기, 바람은 조금 더 따스해지고 꽃들은 한껏 피어난다


봄날의 기억

어느덧 봄이 왔다. 매년 같은 시기, 바람은 조금 더 따스해지고 꽃들은 한껏 피어난다. 그렇게 계절이 변해도, 나는 여전히 봄이 오면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그것은 바로 어린 시절의 봄날들이다. 그때의 봄은 지금과 다르게, 신비롭고 경이로운 풍경을 자아냈다. 그때의 기억들은 여전히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피어난 꽃처럼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그 마을은 아주 평화롭고 조용한 곳이었다. 봄이 되면, 마을 길목마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어여쁘게 피어나며, 그 꽃들이 만들어낸 황홀한 색감은 나를 늘 황홀하게 만들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 봄이 되면 우리 반 친구들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거나, 교문 앞에서 숨바꼭질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의 나는 늘 활기차고, 날마다 새로운 것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기억 속의 그 봄날, 아침마다 집 앞의 작은 정원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나를 깨우곤 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이나, 작은 개미들이 바쁘게 길을 만드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아버지는 아침마다 나를 부르고는 손수 길게 뻗은 나뭇가지를 가리키며 “저 나무는 봄마다 꽃을 피운단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나무는 사실 봄에만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그 나뭇가지는 사계절 내내 다양한 색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봄날, 꽃이 만개한 나무를 보면 그 모든 계절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의 말처럼, 봄이 오면 그 나무는 언제나처럼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나는 종종 그 나무 아래서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변화무쌍한 구름들을 따라가거나, 벚꽃잎들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삶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했다. 무엇이든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던 그 시절, 하늘과 나무와 꽃은 나에게 그런 불확실함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존재였다. 그때만 해도 나는 그 무엇보다도 꽃들이 피어나는 그 순간에, 그저 행복했다.

그리고 봄날의 또 다른 기억은 학교에서 열리던 운동회였다. 운동회가 열리는 날, 학교 운동장은 그야말로 아이들의 천국이 된다. 아이들은 긴장을 풀고 서로 웃으며 뛰어다녔다. 나는 그때마다 내 팀이 승리하길 바라고, 반 친구들과 힘을 합쳐 열심히 뛰었다. 승패보다는 그날만큼은 마음껏 웃고 떠드는 시간이 좋았다. 운동회가 끝난 후, 마을의 작은 다리 위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물고기를 잡던 기억도 있다. 그때의 나는 정말로 행복한 아이였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나의 편인 것처럼 느껴졌고, 그 모든 순간이 특별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는 도시로 이사 오게 되었다. 도시에서의 봄은 시골에서 경험했던 봄과는 많이 달랐다. 사람들의 얼굴도, 풍경도, 심지어 공기조차 다른 듯 느껴졌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삶 속에서, 나는 종종 그때의 봄날들을 떠올리곤 했다. 사람이 많은 거리를 걸을 때마다, 어쩌면 그 누군가는 나와 같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내 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봄은 여전히 나에게 고요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도심 속에서도 벚꽃이 피고, 사람들은 그 꽃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다. 나는 그런 순간을 좋아한다. 그 순간만큼은 사람들이 다 함께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서 말이다.

지금의 나는 그 시절과는 달리 많은 일을 겪었다.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봄날이 오면, 나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봄은 나에게 단순한 계절이 아니다. 그 봄날들은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삶에 대한 희망과 기쁨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봄은 변화와 성장,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나는 봄이 올 때마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며,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아무리 힘든 날들이 있어도, 결국 나도 그 꽃처럼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싶다.

봄은 그렇게,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추억들을 하나씩 불러일으킨다. 어린 시절의 풋풋한 행복, 그리고 그 속에서 느꼈던 세상에 대한 설렘을 떠올리며, 나는 여전히 오늘도 새로운 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