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속도와 그 안에서 찾은 여유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도 때때로 삶의 속도에 휘둘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일상이 주는 무게는 언제나 예기치 않게 다가온다. 해야 할 일은 끝없이 쌓이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그저 바쁘게 움직이기만 한다. 그 속도에 맞추려다 보면 때로는 중요한 것들을 놓칠 때가 많다. 그러다 문득 멈추고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내가 지나온 길 위에 숨겨진 작은 여유의 순간들이 그리워진다는 것을.
요즘 들어, 나는 한 가지 일을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걷기’이다.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어디론가 목적지 없이 걷는 일은 사실상 좀처럼 없었다. 어디를 가든 목적지가 있었고,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시간과 속도를 맞춰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그냥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 아침, 아무 계획 없이 집을 나섰다. 걸어가며 주변을 둘러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쳤는지 깨닫게 되었다.
걸음을 떼고 보니, 내가 항상 지나쳐온 길들이 마치 새로운 것처럼 느껴졌다.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오래된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나무들의 잎사귀는 고요하게 흔들리며 바람을 맞고 있었다. 나는 그저 잠시 멈춰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몇 분간의 멈춤이 나에게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급하게 살아왔는지,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무심코 지나쳤는지 깨닫게 된 것이다. 나무들이 내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왜 그렇게 서두르냐’고.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걸었다.
이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빠르게 지나쳤던 순간들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이 속도에 맞추지 않고,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도 나를 자유롭게 했다. 나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조금씩 벗어나, 나만의 속도를 찾아가고 있었다.
또 다른 날, 나는 길을 걷다가 오래된 서점에 들어갔다. 그곳은 내가 몇 년 전 지나쳤던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시간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나는 책들이 빽빽이 꽂혀 있었다. 오래된 책들의 냄새가 나를 맞이했다. 그 순간 나는 그동안 시간을 너무 빨리 보내왔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책 한 권을 꺼내 들어 조금씩 읽었다. 내가 어릴 적 좋아했던 동화책이었다. 그때는 책을 펼치면 한 줄 한 줄 읽는 데 시간이 걸리기 싫어 쓸데없이 서두르며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제는 그 책을 읽으면서 하나하나 음미하며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 이상하게 기쁘고 행복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결코 빠르게 가는 것이 아니다. 빠르게 가면 놓치는 것이 너무 많다. 우리는 종종 그 속도에 압도되어 많은 것들을 놓치고, 끝내는 그것들을 후회하는 순간이 온다. 내가 조금 더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걸어갈 수 있다면, 그동안 지나쳐왔던 모든 것들이 나에게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은 후, 나는 삶에서의 ‘여유’를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일상 속에서 자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연락을 하고,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하며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내가 시간을 쪼개어 바쁘게 살고 있다는 생각만큼 중요한 것은 그 속도 속에 담겨있는 여유를 찾는 일이란 사실을 느꼈다.
우리는 매일같이 무엇인가를 목표로 하여 달려간다. 그리고 그 목표에 다가갈수록 우리는 성취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 성취감 뒤에는 종종 공허함이 따라온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삶의 속도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중요한 것을 놓쳤기 때문이다. 삶에서 중요한 순간들은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작은 여유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바라보면, 우리는 그동안 지나쳐왔던 아름다움과 행복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더 이상 빨리 가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걸을 수 있는 속도로 걸어가려고 한다. 그 속도가 느려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속도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속도 속에서 내가 놓쳤던 것들을 다시 발견하며, 삶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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