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비가 그리움을 남긴 채 나를 지나쳐 가면서, 나는 다시 한번 잃어버린 시간을 생각했다
어느덧 12월의 끝자락에 가까워지고, 차가운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칠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것은 내가 떠나온 작은 마을에서의 이야기다. 지금도 그 마을의 언덕길을 걸을 때마다, 그 곳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들과 나눈 마지막 대화가 머릿속을 맴돈다. 세월이 흐르고, 모든 것이 변해도, 그 때의 느낌만큼은 여전히 내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그날도 비가 내렸다. 내가 그 마을을 떠나던 날, 하늘은 이상하게도 흐리고 비가 내렸다. 비를 맞으며 나는 마을의 작은 거리들을 걸어가고 있었다. 길게 뻗은 골목을 지나며 나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모두들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고, 아무도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나는 그곳에서 아무도 내가 떠날 것이라고는 알지 못했다. 그날도 다른 날처럼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을 뿐, 누구도 그 순간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떠나기 전, 나는 마을의 어느 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카페의 창문 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며, 나는 그동안 느끼지 못한 허전함과 그리움을 함께 느꼈다. 내가 그곳을 떠난다는 사실이 점점 다가오면서, 나는 모든 것이 서서히 희미해져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지만, 나는 그때 그것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다. 내가 떠날 때가 되어서야,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그때, 창밖을 바라보던 내 눈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것은 오랜만에 본 친구였다. 나는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그 친구에게로 다가갔다. 친구는 그때까지 나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그동안 느꼈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던 우리는 결국 함께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날 비가 내리던 마을의 거리에서,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걸었다. 그때, 나는 비가 내리는 것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비가 내리는 날, 그 빗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내 마음 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그 마을을 떠나게 될 이유는 내가 왜 그렇게 떠나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내가 찾은 것은 바로 그 마을에 대한 그리움과, 그곳에서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길을 가야 하지만, 그 길을 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아닐까.
이제 나는 그 마을에서의 기억을 품고, 또 다른 길을 떠나고 있다. 그 마을에서 나눈 사람들과의 인연은 내게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때로는 그 시절이 그리워질 때마다, 나는 그곳에서 나눈 일상적인 대화들이나, 마을의 작은 공원에서 보낸 시간들이 떠오른다. 그것들이 내게는 그 어떤 화려한 기억보다도 소중하고, 지금도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리운 마음으로 그 마을을 떠나 다시 시작하는 길을 걷고 있다.
그날의 비는 그리움을 남긴 채 내 마음 속을 스쳤고, 나는 그리움을 안고 또 다른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때의 기억들은 내가 다시 돌아오지 않더라도, 언젠가 다시 그곳을 찾을 때까지 내 안에서 계속 살아 있을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그 마을에서의 나의 시간은 언제나 그 자리에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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