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에 서 있다

가을의 끝자락에 서 있다. 매일같이 떨어지는 낙엽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찬란했던 햇살은 점점 힘을 잃어가며, 차가운 바람이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나는 이 순간을 그대로 붙잡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가을은 언제나 짧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그리움과 아쉬움이 묻어나는 계절을 만난다. 그런 가을의 끝자락에서, 나는 더 이상 멀리 내다보지 않고 내 발 아래 떨어진 낙엽을 바라본다. 그 모습은 조금 슬프면서도 고요하다.

아침마다 차가운 공기가 내 얼굴을 스칠 때, 나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름의 더위가 지나가고, 그 자리에 차가운 공기가 자리를 잡았다. 그 차가움 속에서도 가을의 따뜻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낮에는 여전히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지만, 아침과 저녁은 분명히 다른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그 차이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가을의 아침은 언제나 특별하다. 공기는 맑고, 하늘은 청명하며, 그 속에서 나는 살아있음을 실감한다.

이번 가을은 특히나 특별했다. 평소에는 바쁜 일상에 쫓겨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가을의 아름다움을 이번에는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빠르게 지나쳐 온 것들이 지금은 하나하나 눈에 들어온다. 길을 걸으며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를 듣고,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하늘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을 때, 나는 그 모든 것이 다 가을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그토록 기다려왔던 시간이었다.

가을이 주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은 단지 눈앞에 펼쳐진 자연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내 안에 쌓였던 감정들과 맞닿을 때, 그 의미가 깊어지는 순간이 된다. 나는 가을의 풍경을 보며, 오랜만에 마음을 정리한다. 여름에는 바쁘고, 겨울에는 추워서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가을에는 내 마음이 자연스럽게 차분해지고, 숨을 고를 수 있게 된다. 이 계절만큼은 아무리 바빠도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으려 한다.

이 가을이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다. 가을의 풍경을 다 담을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들지만, 그 아쉬움도 사실은 가을의 일부이다. 만약 가을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그 아름다움은 그만큼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순간이 소중한 이유는, 그 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을의 끝자락을 더욱 고요하게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을 마음에 새긴다.

가을이 끝나면 겨울이 오겠지만,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겨울에는 겨울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 차가움 속에서도 따뜻함을 찾을 수 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온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이 순간을 가득히 느끼고, 가을의 마지막을 맞이하려 한다. 모든 계절은 결국 지나가고,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 순환 속에서 나는 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나는 잠시 멈추어 서서, 나 자신을 돌아본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잠시 멈추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가을이 주는 것은 단지 자연의 변화뿐만 아니라, 내 마음의 변화이기도 하다. 그 변화 속에서 나는 조금 더 나아가고, 조금 더 성숙해져 간다. 이 가을이 주는 모든 의미를 깊이 음미하며, 나는 겨울을 준비한다.